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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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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고 있는 책은 집문당에서 낸 박상순의 <연극대본의 세계>다.  고향의 봄 도서관에서 대출했다. 박상순은 경민대 연극과 교수다. 파리서 연극기호학을 전공했다. 


책을 읽다 보면 기호학자로서 극의 이론을 풀이한 내용이 눈에 띈다. 책 앞쪽은 희곡에서 대본으로의 전환, 언어 텍스트로서의 대본, 대사의 기능, 극 언어의 종류 등등이 있는데... 대략 아는 내용들이고 극작을 위한 준비운동 부분이라 뛰어넘고... 본격적으로 스토리를 다루는 대본 전개 부분, 플롯에 대한 이야기로 오늘 읽어내려간 내용을 정리해볼까 한다.


극작가는 작품의 첫 단계로 전체적인 설계도를 구상한다. 올커니. 그게 극작가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지. 하지만 요즘 그 매력을 연출가와 반반 나눠먹기하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


설계도는 대략 발단, 전개, 위기, 반전, 종결이라는 구조를 가지는데 뭐 꼭 그 틀에 안 맞춰도 얼마든지 미학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싶구. 사실 나는 그런 스토리구조보다 플롯에 더 관심을 갖는다. 어떤 사건들이 어떤 방식으로 유기적 결합을 이루며 전개되는가 하는 거지.




플롯? 뭘까. E. 벤틀리라는 양반이 플롯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는군.


"플롯이란 인위적인 것이 아니면 단 된다. 플롯은 예술가의 지성이 게재되어서 나오는 것이다. 곧 자연이 혼돈의 상태로 버려둔 사건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다. 구성이란 고도의 교묘한 예술로서, 말하자면 인생과는 반대되는 개념인데 어떻게 구성이 인생의 모방이 될 수 있겠는가? 플롯은 인생의 모방이 아니다. 플롯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언급한 모방적 요소를 포용할 수 있지만 플롯은 동시에 인생의 변조이며 개선인 것이다."


이 양반, 아리스토텔레스 어르신에게 공개적으로 대들었구만. 그런데 벤틀리 너 누구냐? <드라마 인생>이란 글을 쓴 연극학자인 모양인데... 그리 대중적 인물은 아닌 모양이다. 인터넷에서 모습을 찾을 수 없으니... 쨌건.


대본의 주제는 하나의 사건과 다른 사건과의 관계에 의해 형성되고 그 인과성에 따라 재배열되는데 극작가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사건을 배열, 구성하는데 이걸 플롯이라고 한다고 알아두라고....


아까 내가 언급했듯이 현대극은 일반적 사건배열을 무시하는 전개법을 많이 활용한다. 뭐 그게 사뮤엘 베케트의 기념비적인 실험극인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비롯되었든 말았든. 


<고도를 기다리며> 내용이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테고... 해서 이 작품에 대해 박상순 교수가 설명한 것을 옮겨보면 이렇다.


"기승전결의 구조를 갖추지도 않고 사건과 사건 사이의 인과성도 매우 약하며 등장인물의 대사에서 비롯되는 갈등의 요소조차도 불분명함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플롯의 거부라기보다는 또 다른 변용이라 이해할 수 있다. 종래의 대본이 갖는 일관성이나 논리성에 덜 집착하고 때로는 비논리적인 플롯을 활용할 뿐이다."


플롯은 어떤 속성을 지닐까?


1. 인간이 삶을 표현하는 영역이기에 개연성에 기초해야 한다.

2. 사건이 인과관계 속에서 질서화하고 재배열된다는 측면에서 통일성을 갖는다.

3. 사건의 전개과정을 연속화하여 완결된 사건을 완료한다는 측면에서 완결성을 갖춘다.

4. 의도된 사건 전개를 통해 관객에게 특정 반응을 유도하는 목적성을 갖는다.


극작가 하유상은 극의 전개에 대해 단순전개, 이중전개, 복합전개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는데... 요즘 극작가들 수준이 워낙 높아져서 복합전개 방식을 많이 사용하는데 그러면서도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여러 개별 사건들을 희한하게도 잘 묶어내는 걸 보면 어지간히 공부하거나 고민한다고 해서 따라잡을 수나 있겠나 싶다.


글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 하나 있다. 극을 쓸 요량이라면 많은 사건을 알아야 하고 그 사건의 속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 사건들을 어떻게 배열하고 연결짓는가, 이것이 앞으로 1년간 공부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 싶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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