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286)
돌이끼의 작은생각 (110)
돌이끼의 문화읽기 (467)
다문화·건강가족 얘기 (20)
경남민속·전통 (14)
경남전설텔링 (74)
미디어 웜홀 (142)
돌이끼의 영화관람 (21)
눈에 띄는 한마디 (8)
이책 읽어보세요 (76)
여기저기 다녀보니 (92)
직사각형 속 세상 (92)
지게차 도전기 (24)
지게차 취업 후기 (13)
헤르테 몽골 (35)
돌이끼의 육아일기 (57)
몽골줌마 한국생활 (15)
국궁(활쏘기)수련기 (16)
Total
Today
Yesterday
03-29 13:29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밀양오페라단 연극+오페라 융합 공연 <라 트라비아타>


9월 13일 밀양아리랑아트센터 공연 보고서 기억나는 것 대충 정리. 이것도 잽싸게 바로 하지 않으니 흥도 떨어지고 기억도 가물가물하군.


이번 오페라단의 공연은 오페라라고 하기보다 오히려 연극에 가까운 구조와 형태를 띠고 있다. 노래 부분 역시 완벽히 베르디의 곡을 소화했다기보다 각색을 통한 연극적 요소를 삽입해 오페라 고유의 음악성을 분해해버렸다.


“언제까지 이 삶이 계속 될 것인가?”

비올레타의 삶을 두고 하는 말이다. 비올레타는 등장 초기부터 아픈 사람으로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의 남녀 코러스-이들은 전문 배우다-가 무대가 열리자마자 비올레타의 물건을 두고 경매에 부친다. 흰 동백을 들고 얼마일까를 가늠한다. 뭐 진정한 사랑을 아는 사람에게 그냥 주겠다고 했던가.


빨간 드레스를 입은 비올레타는 다 죽어가는 모습이다. 이들 코러스의 역할은 종잡을 수 없다. 한편으론 해설자가 되기도 하고 한편으론 무대 위 실존인물이 되기도 하고 또 때론 비올레타와 알프레도의 아바타가 되기도 하며, 또 때로는 그들의 정신 분화 인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일테면, 자기가 자기한테 이야기하는 것을 둘이서 대화를 주고받는다. 마치 지킬과 하이드처럼. 코러스들은 비올레타의 가슴아픈 운명을 두고 “언제까지 이 삶이 계속될 것인가?”


남 코러스 : “언제까지 이 삶이 계속될 것인가?”

여 코러스 : “언제까지 이 삶이 계속될 것인가?”

남 코러스 : “언제까지 이 삶이 계속될 것인가?”

여 코러스 : “언제까지 이 대사가 계속될 것인가?”


그래서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한다. 이런 웃음 코드는 익혀두면 좋겠다 싶다. 코러스는 알프레도를 등장시켜 비올레타와 만나게 한다. 역시 변사처럼 무대 위 두 사람의 역학관계를 맘대로 조정한다. 말로써 배우들의 움직임을 제어하고 조정하는 게 관객은 재미있다. 배우는? 곤혹이다. ㅋㅋ


그렇게 두 사람은 만나고 축배의 노래를 부른다. 나중엔 따라 부르라고 하더니 그게 되나. 나야 “마누라, 마누라, 날 때리지 말아요, 불쌍한 이 남편을....”


그렇게 만난 두 사람. 아리아를 주고 받긴 하지만 스토리는 역시 코러스 두 사람이 이끌어간다. “나 잡아봐라“ 사랑 놀음의 고전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장면을 능청스레 재연하면서 극을 이끌어가는 장면에서 연출력의 테크닉과 감성을 읽어낼 수 있겠다. 그 사랑놀음이 ‘전 우주적 고전이라고’ ㅋㅋㅋ.


정리하다가 며칠 딴 일 하느라 중단했더니 감각도 떨어지고 기억도 가물가물한다. 


<라 트라비아타>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등장인물이 객석에서 두 번 출연하는데, 이는 연출이 선호하는 연출기법인 거 같다. 여기서 잠시 연출의 프로필을 좀 들여다 볼 필요가 있겠다.


주형준. 총 감독과 연출을 맡았다. 2005년 부산연극제에서 우수 남자 연기상을 받았다. 배우 출신이구만. 2011년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서 젊은 연출가전 희곡상을 받았구. 2015년부터는 주로 소극장에서 작품을 했다. 대본, 연출, 각색. 그래서 중대극장 규모의 아리랑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소극장의 연출기법을 적용했는지도 모를 일. 객석 공간이 크다 보니 약간의 무리가 있긴 했다.


이 작품은 코러스를 맡은 두 배우가 줄거리를 변사처럼 서사로 풀어나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종종 극 속으로 들어가 주인공들에게 말걸기를 시도함으로써 극적 재미를 더해준다. 셰익스피어 극에 나오는 해설자와 유사한 방식이다. 코러스를 잘 활용하면 재미있는 연극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한 작품이기도 하다.


필기 준비를 하지 못한 바람에 대사가 기억나는 게 거의 없다. 그래서 이틀 후에 진해구민회관서 본 <나와 할아버지>는 몇몇 대사를 받아적긴 했다. 아직 정리를 안 했는데... 워낙 나 자신도 알아볼 수 없는 악필이라.. 제대로 재현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라 트라비아타>의 구성은 원작에서 상당한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줄거리 프레임만 같다 뿐이지 디테일은 완전 다르다. 많은 에피소드는 각색이 아니라 연출에 의해 창작되었다고 봐도 틀린 말이 아니다. 


아리아를 부를 때 노래 가사 키워드와 함께 주인공들의 심리를 드러내는 스크린 영상효과도 이번 공연에서 눈여겨 볼만한 시도였다. 다른 고전도 이런 식으로 각색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