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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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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은 창원문화재단에서 기획한 '춤바람-무풍지대' 발대식을 하는 날이다. 아내는 일하러 가고 머스마는 알바 구하러 가고 혼자 남아있어야 할 막내.... "어짜겄노. 아빠랑 같이 가자." 그렇게 막내와 함께 데이트를 시작했다. 한참 더 어려서부터 미술관을 자주 다녀서 그런지 막내는 미술작품을 좋아한다. 은근 미술과목도 좋아하는 것 같고.


발대식이 끝나고 우린 전시실에 들어갔다. 어쩌면 썰렁했을 전시실이 발대식에 왔던 사람들이 몇몇 관람하는 바람에 전시실 분위기가 좀 사는 것 같았다. 그림을 재미있게 보는 법이 있다. 그냥 조용히 한바퀴 쭉 돌고 나오면 정말 재미없다. 무엇을 보았는지, 무엇을 느꼈는지 남아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어딜 가도 추억을 남기지 않으면 시간 낭비만 한 꼴이 되기 때문에 나는 사진으로 남기는 편이다.


그래, 재미있게 보는 법. 아이와 함께 어느 그림이 좋은지 선택해서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것도 좋다. 이번 전시실에서는 주로 나만 사진을 찍었는데, 막내의 쑥스러움이 발대식에서부터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단체 사진 찍을 때 폰으로 사진 좀 찍으랬더니 남들 앞에서 부끄러워서 제대로 찍지도 못하고... 그러더니 계속 사진 찍는 걸 피한다. 뭐 그것도 필요한 경험일 것이다.



이번 3.15아트센터 미술전시회가 2017년 경남미술협회 회원전, 제40회 경ㅅ상남도 미술대전 추천·초대작가전 합동전시라서 아주 많은 작품이 걸렸다. 그림의 유형도 다양했다. 작품이 많다 보니 가벽을 만들어 작품을 소화했다. 회화에 비해 조형 작품이 적은 게 좀 아쉽긴 했다.



막내는 미술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한가 보다. 너무 가까이 얼굴을 들이대고 관찰한다. "얘, 좀 떨어져서 봐라. 작품에 콧김 쐬지 말고." 그렇게 유심히 관찰하더니 한다는 말이 "가운데 부엉이가 있네" 참나 못말리겄다.



막내에게 이렇게 그림이 많은 전시실에서 효과적으로 그림을 감상하는 법을 알려줬다. 다 유심히 보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테고 그렇다고 수박겉핥기 식으로 수욱 돌아나오면 뭘 봤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날 테고. 그러니까 둘러보다가 느낌 상으로 탁 와닿는 그림이 있으면 한참 감상하면 된다고.



나는 이 그림 앞에서 한참 서 있었다. 아주 단순하지만 뭔가 의미가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의미를 찾으려면 의미는 더 멀리 달아나버리는 묘한 기분. 그래서 그냥 느끼자며 쳐다보기도 하고, 그러다 뭔가 의미를 발견한 듯하여 골똘히 정리하려 하면 또 의미가 사라져버리고... 어쨌든 그림에서 가장 강하게 시선을 끌어당기는 부분은 오른쪽 아래 뭔가의 얼굴인 듯한 형상이다. 이 부분에서 벗어나야 그림이 제대로 보일는지.



위의 그림에서 골똘히 그림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아빠의 모습에서 나름 흉내를 내려고 그랬는지, 막내가 "나도 확 눈에 띄는 그림을 찾았어" 하면서 따라오라고 한다. 여러 작품 가운데서 골라보란다. "뭐 보나마나 벌건 거 저거겠네." "어? 어찌 알았어?" "뻔하지 뭐." 그랬더니 그림 가까이 가서 "똥글똥글한 원이 많아서 좋아"한다. 이유도 참. 알았다. 그게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지뭐. "서라, 찍어줄게. 찰칵!"



음.... 어둡다 보니 화질이 깔끔하게 나오지 않네.





내가 다시 꽂힌 작품. 현실적인 장면이 하나도 없다. 하다못해 초승달도 비현실적이다. 난 이 그림에서 잘 드러나지 않은 사다리를 배치한 것에 마음을 빼앗겼다. 어둠 속에서 뭔가 희망을 발견한 듯한 기쁨. 녹색의 얇고 굵은 두 줄기는 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난 미루나무로 보았다. 물론 내 유년의 기억이 이 형상을 그렇게 보게 했다. "미류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이 걸려있네." 미루나무냐 미류나무냐 나중에 논쟁을 벌이면서 친구와 말다툼도 했던 나무임에도 좋은 인상만 남아있다. 뭐 양버들이라 한들. 포플러나무라 한들.



막내가 조각작품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사진 찍어달란 얘기다. 여전히 지가 제대로 사진을 찍어주지 못한 것에 마음이 쓰였을 수도 있겠다. 조각품의 윤곽을 두고 본다면 전체를 두고 실루엣 처리를 한다면 뭔가 나무 같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꽃을 형상화한 듯하기도 하다. 아니면 포탄이 날아가 '펑!' ㅋㅋ 



전에는 이 문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내 성격에 안 맞았기 때문인데 지나간 것에 연연해하면 정말 피곤하단 것을 뒤늦게 알게됐다. 뭐 어쩌면 벌써 알고 있었지만 내가 나를 용서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아주 작은 실수 하나에도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도 남에게는 너무 관대했던. 그러면서 가족에겐 또 엄격하고. 딱 교과서 수준 그대로였다. 그렇게 피곤하게 살았기 때문에 뒤늦게 이 말이 은근 좋아졌는지도 모른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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