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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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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먼저 썼던 <변신> 관련 기사를 가장 늦게 포스팅한다. 지난달 20일 <한국연극>에 보낸 글이다. 오늘에서야 월간지가 나왔기 때문이다. 책도 나오기 전에 공개를 한다는 것은, 아무리 내 글이지만 옳지 않기에 기다리긴 했는데.. 내일이 공연이라 참 답답하긴 했다. 7월호면 적어도 7월 1일엔 나와줬으면 얼마나 좋으랴.


어쨌든 하루라도 전에 나와준 것만도 어디냐는 생각으로 글을 올린다. 한국연극 지면도 함께.


움직임으로 보아 인간이라 할 수 없는 존재. 그렇다고 벌레라고 하기엔 석연찮은 모습이다. 어쩌면 괴물 같기도 한 그가 기괴한 몸짓으로 방안을 기어다닌다. 얼굴 표정은 언뜻 온화해 보이기도 하고 불안해 보이기도 한다. 그는 높은 곳을 좋아하고 매달리기도 좋아한다. 경계심이 많으며 공격적이지 않다. 하지만 간혹 자신이 수세에 몰린다 싶으면 이내 공격성을 드러낸다.


이 정도 설명이면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을 바로 떠올리는 사람이 많으리라. 카프카의 이 작품은 문학사적으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이 작품을 계기로 서구에서 실존주의 문학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카프카 이후 실존주의 문학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고 평가받는 카뮈와 사르트르가 이 <변신>에서 깊은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카프카의 이 소설을 연극으로 치환하려면 상당한 연극적인 기법이 동원되어야 한다. 사실주의 접근 방식으로는 도저히 소화해내기 어려운 장면들이 많기 때문이다. 때로는 상징성을 보여줘야 하고 때로는 신체의 움직임을 적절히 활용해야 하며 표현주의 기법으로 무대 분위기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창원 극단 ‘상상창꼬’의 14번째 작품 <변신>에 관한 이야기다. 팸플릿에 소개된 내용을 보면 마술적 리얼리즘과 신체극을 융합해 작품을 만들었다고 나온다. 마술적 리얼리즘이란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서술이지만 독자나 관객은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표현기법을 말한다. 즉, 작품에서 보면 주인공 그레고르는 분명히 사람임에도 관객들은 벌레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작품 <변신>은 주인공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하고 나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렸다. 사람이 벌레로 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카프카는 벌레로 만들어버렸다.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리가 쓰는 말 속에도 ‘벌레만도 못한 놈’이란 표현이 있듯이 작품 속 주인공 그레고르가 인간성을 상실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그레고르는 아버지가 진 빚을 갚기 위해 적성에 맞지 않은 직장을 오랫동안 다니고 있다. 동생 그레테의 예술적 재능을 키우려고 플라멩코 교습비도 꾸준히 대어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레고르는 출근길에 나섰다가 깜빡 두고 나온 것이 있어 돌아왔다가 창문 안으로 가족이 다투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극도의 자괴감에 빠진 그레고르. 다음날 아침 출근 시간. 익숙하지 않은 몸동작으로 이불을 젖혔을 때 더는 인간이 아닌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가족은 처음엔 불쌍한 아들로 대하지만 그것이 생계에 치명적인 방해가 되자 차라리 죽기를 바란다.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며 의지했던 아들 그레고르는 더 이상 가족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존재가 되는 때부터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작품 <변신>은 관객에게 화두를 던진다. ‘과연 당신의 가족 중 한 사람이 그레고르처럼 벌레, 즉 애물단지가 되었을 때 어떻게 하겠느냐’고.


관람료는 일반 2만 원, 고등학생 1만 원. 사전할인 30% 동반할인 40% 혜택이 있다.


각색·연출 : 김소정

출연 : 강주성, 박진수, 이영자, 이계환, 진윤정, 정현수, 황윤정, 장모세, 김중민, 장유리.

문의 : 010-6567-8801.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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